두루마리 롤화장지를 걸며
돌돌 말린 두루마리 롤화장지를 건다 새것.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새로 걸어 놓은 두루마리 롤화장지를 바라보며 '새로 바꿨으니 양이 많아서 오래 사용하겠지'라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 좋은 마음에 흠뻑 빠져본다 처음엔 내 인생도 그렇게 시작했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해 놓고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고 계획도 없이 아무렇게나 휙휙 잡아당겨 쓰고 있었지 쓸데없이 길게 잡아당겨 사용하기도 하고 사용하다 남아도 아무렇지 않은 듯 버리고 몇 겹이면 될 걸 수십 겹씩 사용하기도 하고, 갑자기 얼마 남지 않으니 마음이 조급해지더라 수십 겹 사용했던 곳에도 몇 겹만 사용하고 사용하다 남은 조각도 버리지 않고 놔뒀다가 다시 사용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아껴서 사용하게 되더라 무한할 줄 알았던 인생길 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