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50

셀카

나보다는 스무 살 정도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장미꽃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다본다 입가에는 눈 맞춤하는 아기보다 사랑스럽고 바라보는 엄마보다 행복한 미소를 보이며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바라보신다 대체 무엇을 담길래 저렇게 공을 들이는 걸까 누구에게 보내려고 저렇게 행복해하는 걸까 너무 궁금해서 할아버지 뒤편으로 가서 눈치 못 채게 바라다보았다 아니 장미꽃이 보이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 얼굴이 스마트폰 화면에 가득히 보인다 할아버지는 셀카를 찍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극진히 사랑하여 담아 보내려나 보다 그 사랑이 할아버지 당신이라도 좋다 여러분 길을 걷다 누군가가 셀카를 찍는 광경과 마주한다면 사랑의 하트를 보내주세요 #시 #시집 #시인 #셀카 #할아버지 #시를쓰니시인이..

카테고리 없음 2023.06.02

자식 맘 부모 생각은 맞닿을 수 없는 수평선 같다

싫다 싫다 했으면서도 자식 된 도리로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자동차로 어머님을 절에 모셔다드렸다 부모에게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운전하고 가면서 내 머릿속은 복잡하다 또 하나의 자식 된 배려가 당연지사가 되는 게 아닌지 또 하나의 내 발목을 잡으라고 내어준 건 아닌지 엄마들은 자식만 보면 기운이 나나 보다 아프다고 누워 있던 엄마가 되살아나 자식만 보면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아프다고 누워 있던 엄마가 이것저것 간섭하려고 생기를 되찾는다 엄마들은 자식을 보면 살아나기 시작하고 자식들은 엄마네 갔다 오면 혼이 죽어온다 난 나이가 더 들어도 자식의 수고로 인해 내 몸이 편해지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8

감나무

우리 동내 옆 블럭에는 감나무가 많다 두 집 걸러 한 집은 감나무를 심었을지 싶다 아마도 옛날에 이 동내에 집을 지을 때 감나무 심는 게 유행했었나 보다 그래서 흔하디흔한 감나무인 줄만 알았더니 접목해서 3~4년이 지나야 열매가 열린단다 5~6월에 꽃이 피고 수정이 끝나면 과실이 착과되어 비대를 시작한단다 수정이 안되거나 영양상태가 불량한 것은 과감히 떨어뜨려 버리고 비대를 시작하고 120~150일 지난 10월 중순쯤이 되어야 비로소 성숙한 감으로 결실을 맺는단다 동내마다 흔하디흔한 감나무인 줄만 알았더니 하나의 감을 내 손에 안겨주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노력하는구나 때론 그 해의 노력이 해거리로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구나 그래도 그다음 해에 또다시 시작하는 용기도 지니고 있구나 난 내 꿈을 이루..

카테고리 없음 2023.05.25

매일 보는 할아버지

내가 출근하며 걸어가는 길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가 있다 횡단보도 건너편의 음식점 앞에 내가 출근하는 그 시간에 항상 앉아 계신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그 이후로도 더 앉아 계실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아 지팡이 하나를 양손으로 쥐어 땅에 대고 그 지팡이로 몸과 의자의 중심을 잡으며 허리는 곧게 펴고 마치 당신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쳐다본다 몇 분마다 신호등이 바뀌고 다음 신호에는 어떤 자동차가 지나가고 몇 시에는 누가 지나가고 몇 시에는 어느 가게가 문을 열고 모든 것을 다 관망하는 것처럼 시간을 조율하는 표정으로 아침마다 하루를 열고 계시는 할아버지 혹시 누구를 기나리시나 #시 #시집 #시인 #poet #할아버지 #시를쓰니..

카테고리 없음 2023.05.24

그 나이에 뭘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파트 옆 공원에서 세 명의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길 하고 있고 약간의 간격을 두고 한 할머니만 운동기구를 만지작거리며 애써 혼자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는 건지 엿듣는 건지 연신 할머니들을 쳐다보며 자꾸 헛기침만 한다 보아하니 세 할머니는 친구이고 혼자서 운동하는 할머니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거나 다가가는 게 어려우신가 보다 그 나이에 뭘 고민해 뭘 재보고 생각만 오래 해 가서 말 한마디 하면 될 걸 '할머니들은 집이 어디예요' 오늘 한마디 하고 '할머니는 몇 살이세요' 내일 또 한마디 하면 친구가 될 걸 내일은 네 명이 모여 있으려나 #시 #시집 #시인 #poet #어르신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1인출판 #유페이퍼 #알라딘 #예스24 #시하다 #마음을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3

마중

뒤에서 따라오던 자동차가 약속시간에 늦었는지 부랴부랴 앞질러 내 자동차 앞에 정차를 한다 누군가를 마중 왔나 보다 다행히 오기로 되어있는 사람보다 먼저 도착은 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간발의 차이로 자동차가 먼저 도착 그녀가 다음에 도착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펜스가 가로막혀 있어 그녀가 펜스를 넘어서 자동차를 탈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난감해 하는 표정의 그녀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남자 나 같으면 자동차에서 내려 펜스를 돌아 나와 그녀를 마중할 텐데 그 남자는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녀가 펜스를 돌아 나오려고 발을 떼는 순간 나름의 순발력으로 자동차를 한 바퀴 다시 돌려 펜스를 돌아 나오는 그녀 앞에 차를 대는데 성공했다 그 남자의 순발력에 박수 문제는 다음 그녀를 위해 차를 다시 돌려왔으면 최소한..

카테고리 없음 2023.05.22

쇼핑 카트로 보는 세상

옛날엔 쇼핑카트가 지나가면 서로 길을 비켜줬다 내가 기억하는 추억엔 미안하다며 옆으로 빼주고 지나가면서 고맙다고 했다 요즘은 카트로 통로를 막아도 뭐라 할 수 없고 지나가려는 사람이 돌아서 비켜가야 한다 혼잡한 곳에서 서로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내가 먼저 들어왔으니 당신이 비켜줘라'라는 식으로 서로 양보 없는 굳히기 작전만 벌인다 마트라는 조그만 공간에서 너무 큰 세상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마트 가기가 무섭고 싫어진다 그래서 인터넷 주문들을 많이 하나보다 다른 사람 눈치 안 보며 나만 끌고 다닐 수 있는 전용 쇼핑카트를 이용하려고 그래서 쇼핑카트가 지나갈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은 더욱 좁아지기만 하나보다 #시 #시집 #시인 #poet #마트 #쇼핑카트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

카테고리 없음 2023.05.21

주말 아침을 여는 음식점

오늘따라 음식점들이 기분들이 좋아 서로 인사하며 일찍부터 출입문을 열고 도시의 아침을 맞이합니다 알고 보니 오늘은 모두가 기다려 온 주말이로군요 지난주에 오신 손님이 또 오신다고 연락 와서 식기들 세수도 시켜주고 단골손님이 예약을 해서 식탁도 예쁘게 화장도 해주고 손님들을 위해 맛있는 식재료도 공수하고 주말이 되니 음식점들이 서로들 옆 가게를 챙기며 잘 해 보자고 격려합니다 아침부터 잔칫집 마냥 분위기가 좋습니다 부뿐 꿈으로 아침을 엽니다 사람들이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 #시집 #시인 #poet #주말 #음식점 #약속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전자책 #유페이퍼 #예스24 #알라딘 #시하다 #마음을담다 #1인출판 (출근하는데 정말 음식점들이 다들 활기차 보이더라고요^^)

카테고리 없음 2023.05.19

처음엔 하나

종이 한 장 한 장 모여 폐지가 쌓입니다 종이 한 장 한 장 낭비하지 마세요 박스 하나하나 모여 폐지가 리어카에 가득 찹니다 박스 하나하나 하찮게 보지 마세요 말 하나하나 쌓여 사람이 상처받습니다 말 하나하나 함부로 내뱉지 마세요 사람 한 명 한 명 모여 군중이 됩니다 사람 한 명 한 명 우습게 보지 마세요 #시 #시집 #시인 #poet #폐지 #하나 #한명 #한사람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전자책 #유페이퍼 #예스24 #알라딘 #시하다 #마음을담다 #1인출판

카테고리 없음 2023.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