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50

그거 나 주려는 거 맞죠

강아지는 유모차에 실어 파라솔 옆에 앉혀 놓고 편의점 앞에 앉아 빨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강아지가 보기에는 뭔가 대단한 것을- 시원하게 휘휘 젖고 있는 두 아주머니 입술을 쭉 빼고 입맛 다시며 손으로 컵을 잡으려는 듯 허공을 휘휘 눈으로는 '내가 잘 보이죠'라고 확인하는 것처럼 애절하고 잔잔하게 연신 눈 맞춤하는 너 마치 커피 향을 아는 것처럼 당연히 자기에게도 줄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처럼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듯 얼마나 애정 어린 모습으로 귀여운 표정을 하는지 저 눈빛과 표정을 마주한다면 누구든지 안 넘어갈 수 없겠다 너로 인해 오늘도 행복하구나 #시 #시집 #시인 #poet #강아지 #아이스아메리카노 #아주머니 #행복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다 #마음을담다 (강아지의 '혀'는 어감..

카테고리 없음 2023.05.14

복권 인터넷 구매

행운도 인터넷으로 사는 세상이다 어찌 보면 편한 세상이다 달리 보면 서글퍼진다 그래도 줄 서서 기다리는 흥분 6개의 숫자를 고르는 손맛 기다림 희망이 있었는데 삶의 희로애락에 부대 낀 천원 오천 원이 모여 누군가에게 대박을 안겨 줬었는데 이젠 그마저 클릭 한 방으로 낙첨의 미운 정도 사라져간다 #시 #시집 #시인 #poet #로또 #복권 #행운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다 (가던 길을 돌아 자동차 세우고 복권 구매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다가 지은 시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12

사랑은 언제까지나 달리고 싶다

할아버지는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페달을 돌리고 할머니는 - 할아버지가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서 일부러 만들었음직한 - 자전거 뒤에 연결된 인력거 같은 기구에 앉아 셋이 한 몸이 되어 오월의 싱그러움에 합류한다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들리진 않지만 '우리 내일은 저쪽으로 가 볼까' '당신은 배 안 고파' '아이들이 많이 바쁜가 보네, 이번 어버이날엔 못 찾아뵐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화도 오고' 뭐 세상 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할머니는 알겠지 몸이 불편한 당신을 데리고 다니며 세상 구경시켜 주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할아버지는 진작에 눈치챘었겠지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세월은 그들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 바퀴보다 더 빠르게 달아나기만 간다 #시..

카테고리 없음 2023.05.12

요술거울

그 가게 앞에는 모든 걸 좋게 비춰 보여주는 요술거울이 있다 그 앞에 서면 키가 훤칠하게 커 보이는 멋진 얼굴의 남자가 행복하게 웃어 준다 그 앞에 서면 주변이 덩달아 환해지며 왠지 모를 힘에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이 충만해진다 하루가 요술같이 시작된다 그 거울 속에는 마음씨 좋은 요술쟁이가 살고 있나 보다 난 오늘도 주문을 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행복하니' '지금 보이는 거' #시 #시집 #시인 #poet #거울 #요술쟁이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08

어린이는 어른이 됩니다

어린이는 언젠가 어른이 됩니다 엄마가 학교에 못 오시는 걸 알며 어린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생일잔치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어린이는 동생도 볼까 봐 걱정합니다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며 어린이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갑니다 동생과 단둘이 집을 보며 어린이는 가족의 소중함을 기억합니다 공휴일인 어린이날도 일 나가시는 아빠를 보며 어린이는 어른이 됩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어린이날에도 비가 오는군요 (이 시는 어린이날에 지은 시인데 내용이 밝지가 않아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일부러 어린이날을 지나서 올립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06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저녁 먹으러 집에 오는 바람이 문 앞에서 서성이지 않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친구랑 정신없이 놀던 바람이 엄마 눈치 안 보며 문 두드리지 않고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새벽까지 놀다가 집에 가는 바람이 감기 걸리지 않고 돌아올 수 있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절대 닫지 마세요

카테고리 없음 2023.05.06

와이퍼

네 모습 보고파 유리창에 빗방울로 그려 놓으면 잊으라 하면서 슬쩍 지우고 모른척한다 네 모습 못 잊어 유리창에 비가 되어 내리면 잊으라 하면서 지우고 달아난다 자꾸자꾸 생각나서 그릴라치면 미련 갖지 못하게 더 빨리 지워 버린다 너무나 보고픈 그리움으로 뿌예지면 비누거품 같은 눈물을 흘리며 지워준다 (마지막 연을 뺄까 고민하다 넣었는데 '비누거품 같은 눈물'이 조금 걸리네요^^)

카테고리 없음 2023.05.06

마음을 숨기지 못한 손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에 서 있는데 어버이날이라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음 직해 보이는 어머니인 듯한 사람이 신호등에서 헤어지며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하고 갈 줄 알았는데 가지 않고 그 자세로 반대편을 바라보며 또다시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 어머니! 가슴 한켠의 아쉬움, 당신의 외로움을 손에 담아 흔들지 마세요 돌아가는 자식이 마음 아파 웁니다 딱 한 번만 흔들어 주세요 잘 들어가라고, 고맙다고 그래야 마음 아파하지 않고 그래야 울지 않으려고 또 올 수 있으니까요 마음을 쓸어 담은 손짓 가슴은 쓸어내린 눈빛은 제발 보이지 마세요 (사실 제 왼편은 시야가 자동차에 가려 건너가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저도 보지 못했습니다. 신호등을 건너가는 상대가..

카테고리 없음 20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