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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롤화장지를 걸며

시를 쓰니 시인이 된다 2024. 6. 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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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말린 두루마리 롤화장지를 건다

새것.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새로 걸어 놓은 두루마리 롤화장지를 바라보며
'새로 바꿨으니 양이 많아서 오래 사용하겠지'라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 좋은 마음에 흠뻑 빠져본다

처음엔 내 인생도 그렇게 시작했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해 놓고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고
계획도 없이 아무렇게나
휙휙 잡아당겨 쓰고 있었지

쓸데없이 길게 잡아당겨 사용하기도 하고
사용하다 남아도 아무렇지 않은 듯 버리고
몇 겹이면 될 걸 수십 겹씩 사용하기도 하고,

갑자기 얼마 남지 않으니 마음이 조급해지더라
수십 겹 사용했던 곳에도 몇 겹만 사용하고
사용하다 남은 조각도 버리지 않고 놔뒀다가 다시 사용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아껴서 사용하게 되더라

무한할 줄 알았던
인생길

롤.

오늘 난
내 인생길에
새로운 두루마리 롤화장지를 갈아 걸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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