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483

무더운 여름을 잘 죽여야 가을 하늘이 푸르게 살아온다

당신이 죽여버리고 싶어 하는 여름이 하나둘씩 죽어 나가며 간밤엔 시원한 바람들을 데리고 왔어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노래하던 옛 시인의 말이 생각나요 죽어가는 것이 있으니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거죠 무더위가 죽어가면 찬바람이 하나둘씩 살아나요 찬바람이 무더위를 죽여 버리는 것일지도 모르죠 죽음의 보상으로는 너무 가혹한가요 당신의 마음이 자꾸만 여름을 죽여요 가을은 또 당신의 마음을 살려요 무더위에 죽어나간 가혹한 마음들이 푸르른 다음 시간을 부릅니다 이제 빨갛고 노랗게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죠 #시 #시집 #시인 #한천희 #봄여름가을겨울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시인 "윤동주" "서시" 인용

카테고리 없음 2024.08.16

삶과 죽음의 경계

삶과 죽음은 코밑과 윗 입술 사이 잠을 자고 있는 당신의 인중에 손을 대보면 알 수 있다 따스한 날숨의 열기 삶과 죽음은 눈을 감은 당신의 입술에 살짝 손을 대보면 알 수 있다 방금 꺼낸 A4 용지에 손이 베일 것 같은 선혈 그때 당신의 입술을 훔치면 짜릿한 자기장이 일어난다 삶과 죽음은 누워 있는 당신의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으면 알 수 있다 들숨과 날숨의 떨림의 파동 실험실의 개구리처럼 내 심장이 팔딱거린다 #시 #시집 #시인 #삶과죽음 #숨 #입술 #가슴 #심장

카테고리 없음 2024.08.15

자동화 기기

네 머릿속은 얼마나 복잡할까 입금하고 출금하고 이체하고 네 몸속은 얼마나 바쁠까 통장 정리하고 공과금 수납하고 오만원권 만원권 오천원권 천원권 분류하고 손도 없이 발도 없이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며 불평불만도 없이 주장이나 요구도 없이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평생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그 많은 업무와 다양한 고객을 응대하며 오늘도 애쓰는구나 #시 #시집 #시인 #한천희 #은행 #자동화기기

카테고리 없음 202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