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9

서로의 마음이 비껴간다

그저께 퇴근하며 전화했더니 "저번 주 일요일에 네가 올 줄 알았는데 안 와서 먼저 전화할까 했다"라는 엄마의 볼멘소리가 미안해서 오늘(일요일)은 본가에 갔다본가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정문으로 가는 순간넷째 동생과 절에 갔다 오시는 엄마를 만났다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오는 길에 절에 들렸다 같이 올걸,절이 12시에 끝나니 내가 집을 나선 13시에는 엄마는 집에 도착해있을 거라 판단해서 곧장 왔는데,절에서 점심 공양이 있어 드시고 오느라 지금 오시는 길이란다"올 적 갈 적 택시 탔다"라며 "집에 있었으면 절에 좀 데려다주지"라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신다미안한 마음이란 이렇게 엇나가나 보다집에 올라가니 엄마 목욕시킨다고 셋째 동생이 대야에 물 받아 놓고 욕탕에서 기다린다옷을 벗고 들어오라 하니 들어가서 벗겠다고 동..

카테고리 없음 2024.11.24

당신에게 보내는 신호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스마트폰을 잠깐 보아라 알림은 잘 정리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신호들이 쌓여 있지는 않은지 스마트폰을 보면 그 사람의 안부를 알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을 알림을 그때그때 확인하고 바로바로 정리한다 만일 멀리 떨어져 있어 그 사람의 핸드폰을 볼 수 없다면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 놓고 기다려 봐라 바로 본다면 그도 당신을 사랑하거나 당신의 안부를 걱정하는 사람이다 하루가 지나도 보지 않는다면 안부전화 한 번 해주라 며칠이 지나도 보지 않는다면 시간 내서 한 번 찾아가 보아라 #시 #시집 #시인 #한천희 #당신 #안부 #스마트폰 #알림

카테고리 없음 2024.11.14

미라의 꿈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 본 적 있으십니까 어두컴컴한 관. 천년을 숨죽인 미라가 깨어나 반겨줄 법도 한데, 어디서 당신이 잠을 자다 '어 왔어 깜빡 잠들었네' 하고 나타나면 좋겠다는 몽상 온기라곤 간데없이 돌돌 말려버린 숨 천년을 멈춰 선 폭발직전 공기의 밀도 문을 열면 천년동안 숨죽인 외로움들과 조우할까 덜컥 겁이 나 숨이 막혀온다 얼마쯤 다가가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거리감 어디쯤 손을 짚어야 할지 감지할 수 없는 공간 외로움보다 더 엄습해 오는 낯설음 들을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 또다시 어디로든 달아나야겠다 (오랜만에 일상을 떠나 조금은 추상적인 시를 써보았습니다. 역시 추상적인 시는 어렵네요. 시란 놈이 참 그래요. 며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니 처음엔 짧았던 것이 자꾸만 길어져서 ..

카테고리 없음 2024.11.07

아킬레스 전사(부제 : 효자)

모처럼 만에 엄마네 집엘 갔다 시장 구경시켜주며 맛난 것도 사주고 집에 돌아와서 영원한 전사가 되려고 했는데 세상에 너 같은 놈 없다고 한다 퇴직금 타서 돈 한 푼 안주는 놈 너밖에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다 욕한다고 한다 엄마는 내가 영원한 전사가 되는 것이 싫은가 보다 나의 아킬레스건에 화살만 마구마구 쏘아 댄다 난 전사는 못될지언정 적이 되지 않기 위해 약속 있다며 부리나케 도망쳐 나온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 #시집 #시인 #한천희 #아킬레스 #전사 #효자

카테고리 없음 2024.11.02

이제 좀 알 것 같다

내가 아기 때 뒤뚱뒤뚱 걸으면 당신 얼마나 마음 쓰며 기다려 줬을까 내가 말 못 하고 서럽게 울기만 하면 당신 맘 얼마나 아팠을까 이제 좀 알 것 같다 내가 너무 빨리 노랗게 물들까 봐 내가 너무 늦게까지 초록색으로 있을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을까 이제 좀 알 것 같다 #시 #시집 #시인 #한천희 #일상 #11월2일 #토요일 #느낌 #부모마음

카테고리 없음 2024.11.02

할머니들이 오래 사는 이유

새벽 5시 전기차를 충전하려고 동내 체육공원엘 갔다 충전하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시간인데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개중에 할아버지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할머니 둘이서 다른 할머니를 입에 담아 마음의 응어리를 내뱉어가며 걷고 있었다 #일상 #시 #시집 #시인 #한천희 #할머니 #장수비결

카테고리 없음 20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