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희 113

당신의 하루가 죽으면 당신은 0.002739726 만큼 더 살아요

하루하루 살아가려면 매일매일 먹어야 해요 당신은 하루를 살려고 오늘도 마트에 가요 고기도 먹고 수박도 먹고 생선도 먹고 계란도 먹어요 그런데 이상해요 당신이 하루를 먹으면 당신의 하루는 죽어요 당신은 하루를 살기 위해 먹은 것인데 왜 당신의 하루는 죽어야만 하는 거죠 먹고 먹히는 사슬, 하루를 먹어야 하루를 사는데 하루를 먹으면 하루가 죽어요 당신의 하루는 눈앞에서 사라져 마이너스 되는데 당신이 지내 온 하루들의 합은 플러스가 됩니다 하루에 0.002739726 만큼씩, 100세 동안 하루를 먹어 치운 사람은 대체 하루를 얼마나 죽이며 살아온 거죠 #시 #시집 #시인 #한천희 #하루 (시작노트 - 지난주에 마트에 갔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먹거리를 사러 마트에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

카테고리 없음 2024.06.11

감의 낙과

툭~ 아야 길바닥에 떨어진 너를 무심히 바라보기만 하며 그냥 지나쳐갈 때는 몰랐어 비바람을 견디며 나무에 매달려 있기가 힘들어서 차라리 떨어지는 줄 알았어 가을까지 기다려도 살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워 생을 포기하고 스스로 뛰어내리는 줄 알았어 오늘 너와 어깨빵을 하고서야 알았어 살고 싶은 네 생의 의지를 내 어깨의 아픔보다 강한 너의 삶의 의지를 #시 #시집 #시인 #한천희 #감의 #낙과 #생명 #삶 #의지 (아침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가 사진은 네이버에서 퍼 와 편집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6.02

어땠을까(1)

번호표 뽑아 놓고 오래 기다린다고 육두문자 입에 물고 화를 내고 가신 님 그땐 어땠을까 지금쯤 화는 풀렸을까 '사정해서 먼저 좀 처리해 달라고 부탁할걸, 괜히 화냈나'라고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님 나한테 화낸 게 미안해서 하루 종일 마음 쓰고 있지는 않을까! 손님이 데려간 번호표에 내 마음도 따라 갔나 보다 #시 #시집 #시인 #한천희 #번호표 #고객 #손님 #직원 #마음

카테고리 없음 2024.05.09

퇴근길 느낌

지금 나와 같이 이 도로로 가고 있는 자동차들 중에 도로가 막혀서 가다 서다를 하지 않는 자동차들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은 같은 삶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많은 것들을 놓친다. 하긴 내가 걸어갔으면 자동차 전용도로로 걷지는 않았을 테니 보지도 못했을 것들이지 않은가! 애초에 나의 것이 아니지 않았던가! 내가 이 도로로 자동차를 운전해 왔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누군가 나 대신 운전해 주고 내가 조수석에서 바라본다면 내가 못내 아쉬워하는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내가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면 다른 생각으로 다른 시선으로 또 다른 것들을 바라보았겠지! #일상 #5월8일 #수요일 #퇴근길 #도로 #자동차 #느낌 (사..

카테고리 없음 2024.05.08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자동차를 운전해서 매일 같은 길, 여의도 환승센터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걸리면 횡단보도의 길이가 족히 100미터 정도는 돼 보이고 보행시간도 넉넉한지라 많은 사람들이 건너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그들의 걸음걸이 손동작, 습관 얼굴 표정, 웃음 걱정 호흡 그리고 마음까지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따라 이 사람들이 더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며칠 비온 뒤 맑은 하늘 아래 하루가 가장 빛나는 때에 사무실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로 신이 만들 길을 횡단하고 있는 사람들, 신이 아닌 것 같아 낯설지 않은 사람들, 남이 아닌 것 같아 낯설지 않은 사람들, 어디선가 나의 친구 같고, 이웃 같고, 연인 같은 사람들, 그래. 우리는 신이 아닌 다 같은 인간이지 않은가! 신과 인간을 구분해 놓고 보면 우리 인간은 다..

카테고리 없음 202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