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니시인이된다 261

일기예보

비행기가 우우웅 거리며 힘들게 지나갈 땐 하늘에 구름이 가득차서 날씨가 흐리다는 거야 비행기가 슈우욱 소리 내며 날아갈 땐 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맑아지고 있다는 거아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날씨가 너무 좋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거나 기상이 좋지 않아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하는 거야 그러니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일기예보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줘 아스팔트 위에 자동차 바퀴가 착 달라붙은 듯이 미끄러져 가는 소리가 들린다면 지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는 소리야 자동차들이 바람을 일으키며 휙휙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면 오늘은 날씨가 하루종일 맑을거라 믿어도 돼 내 눈으로 보기엔 날이 흐려 비가 더 올 것 같은 분위긴데 새들이 지저귀며 이리저리 부산하게 날아다닐 때는 곧 구름이 걷히고 날씨도..

카테고리 없음 2023.06.03

삼행시

현충일 현재가 평화로운 건 충실히 고국의 산하를 지킨 그대들 덕분입니다 일하다 공부하다 고국의 산하로 달려간 그대들의 수고입니다 유월달 유월의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월정리 역, 지금은 폐역이 된 고국의 산하로 달려갑니다, 당신을 만나러 #시 #시집 #시인 #poet #한국문예협회 #삼행시 #현충일 #유월달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1인출판 #유페이퍼 #예스24 #알라딘 #마음을담다 #시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3.06.03

장미축제

산책을 하다가 동내에서 소문난 장미 군락이 보고 싶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만에 장미축제가 열리고 있어 간이 천막 부스도 보이고 사람들이 많아 먼발치서 발길을 돌려 한적한 곳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엔 축제에 참석하지 못한 장미가 뜨거운 태양 아래 시름시름 앓고 있었습니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오월은 축복인데 당신들은 굳이 기간을 정해 장미축제를 합니다 제목만 보면 장미를 위한 축제 같은데 사진 찌고 이벤트 하고 소란하고 막상 당신들만을 위한 축제입니다 축제가 끝나면 허탈해 할 우리들을 생각해 보셨나요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가 시들해지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처럼 축제에 참석하지 못한 장미를 위해 기도해 봅니다 (이 시는 5월 20일 동내를 산책하다 장미축제 행사하는 것을 본 후 한적한 곳에서 시들어가는 장..

카테고리 없음 2023.06.03

사랑하다 헤어지면

사랑하다 헤어지면 어떤 색으로 남을까 주황색 너만 보면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린 설레이던 시간을 찾아갈 거야 분홍색 손톱에 분홍 물 들이며 첫눈이 오기만을 기다릴 거야 흰색 너를 다시 만나면 하얀 백지 위에 우리 사랑 다시 그리고 싶어 빨간색 다음엔 후회 없이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싶어 (주황색 분홍색 흰색 빨간색을 빼려고 고민하다 그러면 시가 너무 단조로워져 빼지 않고 갑니다) #시 #시집 #시인 #사랑 #색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시하다 #마음을담다 #1인출판 #유페이퍼 #예스24 #알라딘

카테고리 없음 2023.06.02

셀카

나보다는 스무 살 정도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장미꽃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다본다 입가에는 눈 맞춤하는 아기보다 사랑스럽고 바라보는 엄마보다 행복한 미소를 보이며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바라보신다 대체 무엇을 담길래 저렇게 공을 들이는 걸까 누구에게 보내려고 저렇게 행복해하는 걸까 너무 궁금해서 할아버지 뒤편으로 가서 눈치 못 채게 바라다보았다 아니 장미꽃이 보이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 얼굴이 스마트폰 화면에 가득히 보인다 할아버지는 셀카를 찍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극진히 사랑하여 담아 보내려나 보다 그 사랑이 할아버지 당신이라도 좋다 여러분 길을 걷다 누군가가 셀카를 찍는 광경과 마주한다면 사랑의 하트를 보내주세요 #시 #시집 #시인 #셀카 #할아버지 #시를쓰니시인이..

카테고리 없음 2023.06.02

자식 맘 부모 생각은 맞닿을 수 없는 수평선 같다

싫다 싫다 했으면서도 자식 된 도리로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자동차로 어머님을 절에 모셔다드렸다 부모에게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운전하고 가면서 내 머릿속은 복잡하다 또 하나의 자식 된 배려가 당연지사가 되는 게 아닌지 또 하나의 내 발목을 잡으라고 내어준 건 아닌지 엄마들은 자식만 보면 기운이 나나 보다 아프다고 누워 있던 엄마가 되살아나 자식만 보면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아프다고 누워 있던 엄마가 이것저것 간섭하려고 생기를 되찾는다 엄마들은 자식을 보면 살아나기 시작하고 자식들은 엄마네 갔다 오면 혼이 죽어온다 난 나이가 더 들어도 자식의 수고로 인해 내 몸이 편해지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8

감나무

우리 동내 옆 블럭에는 감나무가 많다 두 집 걸러 한 집은 감나무를 심었을지 싶다 아마도 옛날에 이 동내에 집을 지을 때 감나무 심는 게 유행했었나 보다 그래서 흔하디흔한 감나무인 줄만 알았더니 접목해서 3~4년이 지나야 열매가 열린단다 5~6월에 꽃이 피고 수정이 끝나면 과실이 착과되어 비대를 시작한단다 수정이 안되거나 영양상태가 불량한 것은 과감히 떨어뜨려 버리고 비대를 시작하고 120~150일 지난 10월 중순쯤이 되어야 비로소 성숙한 감으로 결실을 맺는단다 동내마다 흔하디흔한 감나무인 줄만 알았더니 하나의 감을 내 손에 안겨주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노력하는구나 때론 그 해의 노력이 해거리로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구나 그래도 그다음 해에 또다시 시작하는 용기도 지니고 있구나 난 내 꿈을 이루..

카테고리 없음 2023.05.25

매일 보는 할아버지

내가 출근하며 걸어가는 길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가 있다 횡단보도 건너편의 음식점 앞에 내가 출근하는 그 시간에 항상 앉아 계신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그 이후로도 더 앉아 계실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아 지팡이 하나를 양손으로 쥐어 땅에 대고 그 지팡이로 몸과 의자의 중심을 잡으며 허리는 곧게 펴고 마치 당신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쳐다본다 몇 분마다 신호등이 바뀌고 다음 신호에는 어떤 자동차가 지나가고 몇 시에는 누가 지나가고 몇 시에는 어느 가게가 문을 열고 모든 것을 다 관망하는 것처럼 시간을 조율하는 표정으로 아침마다 하루를 열고 계시는 할아버지 혹시 누구를 기나리시나 #시 #시집 #시인 #poet #할아버지 #시를쓰니..

카테고리 없음 2023.05.24

그 나이에 뭘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파트 옆 공원에서 세 명의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길 하고 있고 약간의 간격을 두고 한 할머니만 운동기구를 만지작거리며 애써 혼자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는 건지 엿듣는 건지 연신 할머니들을 쳐다보며 자꾸 헛기침만 한다 보아하니 세 할머니는 친구이고 혼자서 운동하는 할머니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거나 다가가는 게 어려우신가 보다 그 나이에 뭘 고민해 뭘 재보고 생각만 오래 해 가서 말 한마디 하면 될 걸 '할머니들은 집이 어디예요' 오늘 한마디 하고 '할머니는 몇 살이세요' 내일 또 한마디 하면 친구가 될 걸 내일은 네 명이 모여 있으려나 #시 #시집 #시인 #poet #어르신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1인출판 #유페이퍼 #알라딘 #예스24 #시하다 #마음을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