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담다 24

셀카

나보다는 스무 살 정도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장미꽃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다본다 입가에는 눈 맞춤하는 아기보다 사랑스럽고 바라보는 엄마보다 행복한 미소를 보이며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바라보신다 대체 무엇을 담길래 저렇게 공을 들이는 걸까 누구에게 보내려고 저렇게 행복해하는 걸까 너무 궁금해서 할아버지 뒤편으로 가서 눈치 못 채게 바라다보았다 아니 장미꽃이 보이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 얼굴이 스마트폰 화면에 가득히 보인다 할아버지는 셀카를 찍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극진히 사랑하여 담아 보내려나 보다 그 사랑이 할아버지 당신이라도 좋다 여러분 길을 걷다 누군가가 셀카를 찍는 광경과 마주한다면 사랑의 하트를 보내주세요 #시 #시집 #시인 #셀카 #할아버지 #시를쓰니시인이..

카테고리 없음 2023.06.02

자식 맘 부모 생각은 맞닿을 수 없는 수평선 같다

싫다 싫다 했으면서도 자식 된 도리로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자동차로 어머님을 절에 모셔다드렸다 부모에게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운전하고 가면서 내 머릿속은 복잡하다 또 하나의 자식 된 배려가 당연지사가 되는 게 아닌지 또 하나의 내 발목을 잡으라고 내어준 건 아닌지 엄마들은 자식만 보면 기운이 나나 보다 아프다고 누워 있던 엄마가 되살아나 자식만 보면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아프다고 누워 있던 엄마가 이것저것 간섭하려고 생기를 되찾는다 엄마들은 자식을 보면 살아나기 시작하고 자식들은 엄마네 갔다 오면 혼이 죽어온다 난 나이가 더 들어도 자식의 수고로 인해 내 몸이 편해지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8

감나무

우리 동내 옆 블럭에는 감나무가 많다 두 집 걸러 한 집은 감나무를 심었을지 싶다 아마도 옛날에 이 동내에 집을 지을 때 감나무 심는 게 유행했었나 보다 그래서 흔하디흔한 감나무인 줄만 알았더니 접목해서 3~4년이 지나야 열매가 열린단다 5~6월에 꽃이 피고 수정이 끝나면 과실이 착과되어 비대를 시작한단다 수정이 안되거나 영양상태가 불량한 것은 과감히 떨어뜨려 버리고 비대를 시작하고 120~150일 지난 10월 중순쯤이 되어야 비로소 성숙한 감으로 결실을 맺는단다 동내마다 흔하디흔한 감나무인 줄만 알았더니 하나의 감을 내 손에 안겨주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노력하는구나 때론 그 해의 노력이 해거리로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구나 그래도 그다음 해에 또다시 시작하는 용기도 지니고 있구나 난 내 꿈을 이루..

카테고리 없음 2023.05.25

매일 보는 할아버지

내가 출근하며 걸어가는 길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가 있다 횡단보도 건너편의 음식점 앞에 내가 출근하는 그 시간에 항상 앉아 계신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그 이후로도 더 앉아 계실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아 지팡이 하나를 양손으로 쥐어 땅에 대고 그 지팡이로 몸과 의자의 중심을 잡으며 허리는 곧게 펴고 마치 당신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쳐다본다 몇 분마다 신호등이 바뀌고 다음 신호에는 어떤 자동차가 지나가고 몇 시에는 누가 지나가고 몇 시에는 어느 가게가 문을 열고 모든 것을 다 관망하는 것처럼 시간을 조율하는 표정으로 아침마다 하루를 열고 계시는 할아버지 혹시 누구를 기나리시나 #시 #시집 #시인 #poet #할아버지 #시를쓰니..

카테고리 없음 2023.05.24

그 나이에 뭘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파트 옆 공원에서 세 명의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길 하고 있고 약간의 간격을 두고 한 할머니만 운동기구를 만지작거리며 애써 혼자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는 건지 엿듣는 건지 연신 할머니들을 쳐다보며 자꾸 헛기침만 한다 보아하니 세 할머니는 친구이고 혼자서 운동하는 할머니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거나 다가가는 게 어려우신가 보다 그 나이에 뭘 고민해 뭘 재보고 생각만 오래 해 가서 말 한마디 하면 될 걸 '할머니들은 집이 어디예요' 오늘 한마디 하고 '할머니는 몇 살이세요' 내일 또 한마디 하면 친구가 될 걸 내일은 네 명이 모여 있으려나 #시 #시집 #시인 #poet #어르신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1인출판 #유페이퍼 #알라딘 #예스24 #시하다 #마음을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3

마중

뒤에서 따라오던 자동차가 약속시간에 늦었는지 부랴부랴 앞질러 내 자동차 앞에 정차를 한다 누군가를 마중 왔나 보다 다행히 오기로 되어있는 사람보다 먼저 도착은 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간발의 차이로 자동차가 먼저 도착 그녀가 다음에 도착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펜스가 가로막혀 있어 그녀가 펜스를 넘어서 자동차를 탈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난감해 하는 표정의 그녀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남자 나 같으면 자동차에서 내려 펜스를 돌아 나와 그녀를 마중할 텐데 그 남자는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녀가 펜스를 돌아 나오려고 발을 떼는 순간 나름의 순발력으로 자동차를 한 바퀴 다시 돌려 펜스를 돌아 나오는 그녀 앞에 차를 대는데 성공했다 그 남자의 순발력에 박수 문제는 다음 그녀를 위해 차를 다시 돌려왔으면 최소한..

카테고리 없음 2023.05.22

처음엔 하나

종이 한 장 한 장 모여 폐지가 쌓입니다 종이 한 장 한 장 낭비하지 마세요 박스 하나하나 모여 폐지가 리어카에 가득 찹니다 박스 하나하나 하찮게 보지 마세요 말 하나하나 쌓여 사람이 상처받습니다 말 하나하나 함부로 내뱉지 마세요 사람 한 명 한 명 모여 군중이 됩니다 사람 한 명 한 명 우습게 보지 마세요 #시 #시집 #시인 #poet #폐지 #하나 #한명 #한사람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전자책 #유페이퍼 #예스24 #알라딘 #시하다 #마음을담다 #1인출판

카테고리 없음 2023.05.19

반려자(부제 : 할아버지의 강아지)

할머니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눈으로 어딘가를 아프게 바라본다 할머니 옆에서 앞다리로 팔베개하듯 엎드려 차분하게 같은 곳을 응시하는 강아지 그땐 셋이었겠지 부재라는 공허만큼 가슴 미어지도록 슬픈 게 없다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면 모를까 있다가 없는 야속한 사람 얼마나 오래 살았으면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일까 얼마나 사랑을 했으면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일까 사랑하니 같이 살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죽어서도 옆에서 나쁜 영감 죽어서도 나를 반려자로 챙기려고 강아지를 남겨두고 갔구나 #시 #시집 #시인 #poet #부부 #할아버지 #강아지 강아지#시를쓰니시인이된다 #제2집 #전자책 #유페이퍼 #예스24 #알라딘 #시하다 #마음을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19

오르막길

나는 몸의 무게중심을 약간 뒤로 제치고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내리막길로 내려가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오르막길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안간힘을 쓰며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어 굉장히 버거워 보이더라 얼굴은 용을 쓰면서도 내려오는 나를 원망 썩인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더라 내가 마치 당신 길을 가로 막아서 내려오는 나 때문에 못 올라가는 것처럼 보행자인 내가 없었으면 지그재그로 올라갈 수도 있는 건데 물론 내가 야속했겠지 한편으론 이해도 돼 그런데 말이야 나도 내 길을 그것도 성공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거야 인생이 오르막길일 때는 승승장구하며 다들 좋아한다는데 저 사람은 왜 얼굴을 오만상으로 찡그리는 것일까 오르막 인생에 몸과 마음이 지친 것일까 오히려 내리막길로 내려가고 있는 내가 더 행복한..

카테고리 없음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