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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살다 보면 저 사람과 대화해 보고 싶다 저 사람과 살아 보고 싶다는 그런 사람이 있다 누구에게나, 꼭 예뻐서 그런 것은 아니다 꼭 멋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마음이 가는 그런 사람이 있다 실제로 살아보면 지금보다 못할 수도 지금과 똑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지금껏 내 옆에 있는 사람도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 지금까지 내 옆에 있어 준 여인을 사귀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한 적도 있었지 그때는, #일상 #시 #시집 #시인 #한천희 #사랑 #아쉬움 #미련 #기대

카테고리 없음 2024.09.08

갱년기

그동안 아들로 아버지로 살면서 힘들다는 얘기도 못하고 부모와 가정을 위해서 양보해 온 당신께 슬플 땐 눈물도 흘리고 이제는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라고 여성 호르몬을 분비시키나 보다 그동안 가정일 돌보며 남편 뒷바라지하느라고 힘든 당신에게 이제는 세상 구경도 맘껏 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라고 남성 호르몬을 분비시키나 보다 #일상 #시 #시집 #한천희 #갱년기

카테고리 없음 2024.09.08

지하철의 짧은 만남도 인연일까

지하철이 아니면, 버스가 아니면 내가 감히 언감생심 모르는 여인의 옆자리에 않을 수 있겠는가 인연이라 하기엔 너무 짧고 모른척하기엔 하루 종일 두근거린다 옆자리에 앉은 여인이 피곤했는지 왼쪽으로 기웃 오른쪽으로 기웃 몸이 그네를 탄다 내 그네에 닿으면 모른 척 기대주고 싶었는데 나의 속 마음을 알았는지 화들짝 눈을 떠 부리나케 내린다 다음 역 문이 열리자 사십이 명 정도 앉아 있는 객실에서 필연인 양 내 앞을 선택해서 마주한 여인 얼굴은 쳐다보지 못하고 그 여인의 윤곽 중 삼분의 일 아래로만 나의 시선이 머뭇거린다 바지의 주름과 마주치니 세탁소에서 찾아왔을 때 옷걸이에 걸쳤던 접힌 흔적이 남아있다 세세한 부분의 디테일까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성격은 소탈하고 깔끔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카테고리 없음 2024.09.08

날이 밝아 오는 징후들

자동차가 후진하는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아파트 단지 안으로 음식물 수거 차량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오토바이 공회전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신문 배달 아저씨가 앞 건물 삼층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취객들이 삼삼오오 지나가며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다들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 새벽을 주워 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경비 아저씨가 아파트 정문 주변을 쓸고 있는 중이다 창가 담 밑으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볼까 말까 궁금해하다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내 돌아눕는다 #일상 #시 #시집 #시인 #한천희 #새벽 #하루 #시작

카테고리 없음 2024.09.04

꽃게

꽃게를 손질하기 위해 포장 박스를 튿었습니다 톱밥 속에서 모래인 줄 알고 조용히 잠을 자고 있는 녀석들 한 마리씩 꺼내려고 집게로 건드리니 이방인의 침입에 집게발로 위협하며 무섭게 달려듭니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인데 사람들이 녀석들을 공격자로 둔갑시켰습니다 종이로 감싸기 시작하자 갑자기 몸놀림이 차분해지고 표정이 시무룩해집니다 고향 바다로 돌아온 줄 알고 잠을 청하려는 건지, 죽음의 시간을 감지하고 체념하는 건지. 나는 연신 '얘들아 미안하다'라는 소리와 함께 종이로 감싼 녀석들을 비닐봉지에 넣고 묶어 아내에게 건네줍니다 살아있는 생명의 영혼들이 냉동실로 들어갑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바다를 그리워하다 냉동으로 잠이 들 꽃게들의 눈망울 아래로 물거품이 일어납니다 나는 자꾸만 '얘들아 미안하다 미안..

카테고리 없음 2024.09.01

여름을 살아나온 사람들

여름을 살아나온 사람들이 지나간다 하나같이 '후~우' 하고 주문을 외우며 살풀이하듯 지나간다 바람 쫓아 사라져 간다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간다 하늘 높이 사라져간다 여름에 '후~우' 뱉어 낸 주문을 입에 모아 두 손을 '호호' 비벼대는 악몽을 꾸며 겨울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빨려 들어간다 #일상 #시 #시집 #시인 #한천희 #여름 #가을 #겨울

카테고리 없음 20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