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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아니면, 버스가 아니면
내가 감히 언감생심
모르는 여인의 옆자리에
않을 수 있겠는가
인연이라 하기엔 너무 짧고
모른척하기엔 하루 종일 두근거린다
옆자리에 앉은 여인이 피곤했는지
왼쪽으로 기웃 오른쪽으로 기웃
몸이 그네를 탄다
내 그네에 닿으면 모른 척 기대주고 싶었는데
나의 속 마음을 알았는지
화들짝 눈을 떠 부리나케 내린다
다음 역 문이 열리자
사십이 명 정도 앉아 있는 객실에서
필연인 양 내 앞을 선택해서 마주한 여인
얼굴은 쳐다보지 못하고 그 여인의 윤곽 중
삼분의 일 아래로만 나의 시선이 머뭇거린다
바지의 주름과 마주치니
세탁소에서 찾아왔을 때
옷걸이에 걸쳤던 접힌 흔적이 남아있다
세세한 부분의 디테일까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성격은 소탈하고 깔끔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난 조금이라도 앉아서 쉬었으니
도착역 서너 정거장 전에 미리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건너편에 자리가 비어 그 여인이 가서 앉는다
내 앞에 서서 기다리기를 결정한 사람이 금방 앉아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어쩐다냐
그녀도 나보다 먼저 내린다
그녀와의 인연도 전 정거장에 내려두고
나만 남아 인연 운운하며 지하철을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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