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483

횡단보도

나는 하얗고 넓게 꽃가루로 장식한 너의 영역에 발을 디딜 때마다 전장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위풍당당 해진다 어깨엔 힘을 잔뜩 주고 고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걸음은 도도하고 우아하게 빨간불이 자동차들에게 '얼음'을 외치면 '땡'할 때까지 초록불의 호위를 받으며 도로를 횡단한다 이때만큼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제아무리 비싼 자동차들도 엔진을 조아리고 내 옆에서 기다린다 제아무리 일정이 바쁜 회장님도 이 시간만은 스케줄을 비워 놓는다 세상 참 공평하다 인생 참 살만하다세상 (이 시는 제가 4월 25일 블로그에 초안을 잡아 놓고 다듬고 다듬어 약 1주일 만에 탄생한 시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02

고향생각

이주민 노동자들을 보았습니다 일요일 쉬는 날이라 서너 명이서 자전거를 타고 자신들이 일하는 동네 주변을 구경하며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 저는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오가고 있어 마치 제가 그들의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그들의 눈에서 그리움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보고 싶은 아이들 그리운 동내의 정경이 자전거 바퀴에 스크린 되어 따라오네요 아직은 비행기 날개가 부족하여 날 수가 없답니다 그렇게 또 봄비가 오려나 봅니다 그리움들이 비포장길에 먼지를 일으켜 서로의 눈물을 감춰주며 사월의 하늘로 올라 비구름 타고 내려옵니다 (나의 글이나 사진이 당신에게 창작의 모티브를 주고 당신의 그것이 저에게 다시 온다면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01

어른시절

사람들은 어린시절 어린시절 하면서 추억을 떠올리는데 왜 어른시절이란 말은 없는 걸까 아직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아서 일까 하긴 먹고살기 힘든 어른들에게 추억 만들기란 사치일 수도 있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수한 마음을 하나씩 하나씩 빼 먹어 더 이상 소중한 추억을 못 만드는 것일까 아님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서 세상을 다 알아채 버려서 일까 어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시절의 추억을 한 장 한 장 꺼내며 사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에게도 좋은 시절 있나니 어른시절

카테고리 없음 2023.04.30

비상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상상을 하곤 했지 하지만 언제나 상상에 그치고 말았어 2종 보통 운전면허도 있는데 말이야 그것도 삼십 년 넘게 무사고 경력자인데도 난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 이젠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가 되었지 세상 밖으로 질주할 때가 되었지 속도 자유 맨몸으로 맞이하는 바람 용기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관습의 틀을 깨고 내가 안주하던 공간을 박차고 나와 깨지고 부서져도 바람을 가르며 세상을 향해 비상 꿈

카테고리 없음 202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