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21

칸막이가 쳐진 나의 작은 사무 공간 안으로 누구의 흉을 보는 낯익은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매일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상으로 내가 퇴근한 줄 알았나 보다 그들은, 아직까지 퇴근 안 한 내가 더 죄인이 되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소리 내며 전화 통화하는 시늉을 한다 '뭐라고 잘 안 들려 퇴근하면서 밖에 나가서 전화할게' 무안해서 퇴근 못하니 전화 통화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난 아직 여기 있다고, 당신들이 그럴 줄 모르고 전화를 길게 했다며 어제처럼 자연스럽게 퇴근을 한다 다시는 흉 못 보겠지 #일상 #시 #시집 #시인 #한천희 #흉 (퇴고를 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 급 마무리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28

구멍(부제 : 이상한 생각)

각방을 쓴 지도 오래되어 부탁하기도 그렇고, 너무 오랜만이라 구멍을 못 찾겠다 더 커지기 전에 이번엔 해야 하는데 구멍을 찾을 수가 없다 안경을 쓰고 찾아보기도 하고 안경을 벗고 찾아보기도 하지만 구멍을 찾기가 힘들다 누구는 매일 구멍을 찾는 사람도 있는데 어쩌다 일 년에 한두 번 구멍 찾는 일도 못하다니 한심스럽다 아아 가까스로 구멍을 찾았다 이번엔 구멍에 집어넣는 일이 구멍을 찾는 일보다 더 어렵다 헤진 곳을 바느질하기는 해야겠고 구멍에 실을 집어넣기는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은 헤진 대로 더 입고 다녀야 하나 #일상 #시 #시집 #시인 #한천희 #바늘 #구멍 #옷 #수선 #이상한생각

카테고리 없음 2024.09.21

횡단보도

초록이 눈을 뜨면 사람들은 건너 오고 건너가고 낙엽은 뱅글뱅글 제자리에 자전거는 위풍당당 횡단보도를 활주하고 자동차들은 멈추어 초록의 호위무사가 된다 말없이 모였다가, 빨간 눈이 깨기 전에 말없이 사라진다, 횡단보도를 건너 온 사람들이 내 자동차 옆 유리창으로 보일 때쯤이면 자전거는 저 멀리 사라지고 빨간 눈이 자동차들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낙엽은 이리저리 뱅글뱅글 다시 하늘로 나는 꿈을 꾼다 #일상 #시 #시집 #시인 #한천희 #횡단보도 #빨간불 #파란불 #사람 #자동차 #자전거 #바람 #낙엽 ( 참고 :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야 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17

어머니

당신에겐 노래 부르는 가수가 보이지 않아요 당신에겐 노래 부르는 가수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은 피아노 치는 당신 아들만 보일 뿐예요 당신은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는 가수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당신은 무대 뒤에서 커튼을 열어주는 당신 딸만 찾을 뿐예요 #시 #시집 #시인 #한천희 #불후의명곡 #유명인 #가수 #어머니 #아들 #딸 (사진 출처 : 불후의명곡 홈페이지) (시작노트 : 불후의명곡을 보다가 잠깐 보이는 조연분들을 바라보며 시를 지어 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