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근하며 걸어가는 길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가 있다 횡단보도 건너편의 음식점 앞에 내가 출근하는 그 시간에 항상 앉아 계신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그 이후로도 더 앉아 계실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아 지팡이 하나를 양손으로 쥐어 땅에 대고 그 지팡이로 몸과 의자의 중심을 잡으며 허리는 곧게 펴고 마치 당신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쳐다본다 몇 분마다 신호등이 바뀌고 다음 신호에는 어떤 자동차가 지나가고 몇 시에는 누가 지나가고 몇 시에는 어느 가게가 문을 열고 모든 것을 다 관망하는 것처럼 시간을 조율하는 표정으로 아침마다 하루를 열고 계시는 할아버지 혹시 누구를 기나리시나 #시 #시집 #시인 #poet #할아버지 #시를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