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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그락 딸그락
어떤 영감이 내 앞에서 커다란 비닐봉다리에 빈 캔들을 가득 담아 지나간다
내 추측으로는 신도림역에서 밤을 쫓던 사람들이 마신 거리의 흔적들을 새벽을 틈 타 수거하여 오는 듯하다
어라
저기 앞에서도 떨그럭 떨그럭
빈 캔들을 모아서 들고 오는 영감이 있다
혹시 저분은 영등포역에서 수거해서 오는 것일까
나를 사이에 두고 두 분이 할끗 마주 보며 스쳐가는
차마 마음 약해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묘한 광경이 연출된다
두 분은 서로 무슨 생각을 할까
어디서 수집했는지 궁금해할까!
자신의 생계에 경쟁자라 생각하고 미워할까?
오늘따라 내 발걸음이 가벼이 나아가지 못한다
앞서가는 영감의 표정을 보랴
지나가는 영감의 뒷모습을 보랴
뒤틀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찌그러진 동전 소리가 끊이지 않고
내 뒤를 따라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