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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원

시를 쓰니 시인이 된다 2023. 6. 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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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충전하려고 마트에 있는 충전소에 갔습니다 수중에 돈은 없고 카드도 없는데 뭔가 먹고 싶어 자동차의 구석구석을 뒤져 보니 500원짜리 동전 2개 100원짜리 동전 네 개 합이 1,400원이 있었습니다
충전할 동안 식품 코너로 내려가서 1,400원으로 사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세트로 묶어서 파는 것은 거의다가 3,000원대의 가격이라 단품 메뉴를 찾아보았습니다
'오레오'가 있었습니다 달달한 과자가 먹고 싶었는데 잘 됐습니다
표시된 가격은 1,410원
이 정도면 말만 잘 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당당하게 가지고 가서 '저 미안한데 제가 사실 10원이 모자란데 이것 좀 결제해 주실 수 있습니까'
솔직히 너무 순진하게 바보 같은 요청을 했다
점원 왈 '안됩니다 고객님 그러면 제가 물어내야 됩니다'
10원을 물어낸다는 말에 어이가 없어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아예 그냥 해드릴수가 없다고 했으면 내 마음이 상처받지 않았을텐데

물론 점원의 입장에서 보면 맞는 얘기다
나에겐 10원이 모자라지만 점원의 입장에서는 10원이 100원이 될 수 있고 다 받아주다 보면 1,000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 당황
그래서 물건을 계산대 옆의 다른 상품 옆에 놔두고(누가 봤다면 훔쳐 가려는 것으로 오해 했을수도) 바깥으로 나가서 고객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죄송한데요 제가 일하다가 와서 그러는데 카드도 없고 단돈 10원이 모자란데 꼭 사고 싶어요 어떻게 10 원만 좀 주실 수 있나요'
좀 요청이 세련되어졌다
그런데 갚지도 않을 거지만 꿔 달라고 했어야 하는데 언제 봤다고 그냥 달라고 했다
고객센터 직원 왈
'고객님 우린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네요'

아 세상인심을 확인했다 세상인심이 이렇게 야박한지 몰랐다

난 바보인가 보다
세상인심 이런 줄도 모르고 물건을 사서 계산하고 가는 사람들에게 10원만 결재 도와 달라고 부탁해 보려는 생각까지 했으니,

아니 '오레오'도 그렇지 1,400이면 1,400이지
1,410원은 뭐야
누구 약 올리는 거야
'땅 파 바라 10원 나오나'
그런 말이 실감 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