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다 56

오르막길

나는 몸의 무게중심을 약간 뒤로 제치고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내리막길로 내려가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오르막길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안간힘을 쓰며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어 굉장히 버거워 보이더라 얼굴은 용을 쓰면서도 내려오는 나를 원망 썩인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더라 내가 마치 당신 길을 가로 막아서 내려오는 나 때문에 못 올라가는 것처럼 보행자인 내가 없었으면 지그재그로 올라갈 수도 있는 건데 물론 내가 야속했겠지 한편으론 이해도 돼 그런데 말이야 나도 내 길을 그것도 성공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거야 인생이 오르막길일 때는 승승장구하며 다들 좋아한다는데 저 사람은 왜 얼굴을 오만상으로 찡그리는 것일까 오르막 인생에 몸과 마음이 지친 것일까 오히려 내리막길로 내려가고 있는 내가 더 행복한..

카테고리 없음 2023.05.14

개인택시 아저씨

우리 뒷집에는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아저씨가 있다 아니 70살이 넘었으니 할아버지가 맞겠다 옛날에는 일주일에 3~4일 정도 그것도 아침 출근시간에만 나갔다가 점심때쯤 들어오셨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돈벌이는 욕심 안 내시고 쉬엄쉬엄 운전을 하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따라 매일 운전을 나가신다 그러고도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오신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어깨가 축 처지고 힘이 없어 보였나 보다 그래서 그전보다 더 늙어 보였나 보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목돈이 필요하신 걸까 #시 #시집 #시인 #poet #택시 #아저씨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다 #마음을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14

그거 나 주려는 거 맞죠

강아지는 유모차에 실어 파라솔 옆에 앉혀 놓고 편의점 앞에 앉아 빨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강아지가 보기에는 뭔가 대단한 것을- 시원하게 휘휘 젖고 있는 두 아주머니 입술을 쭉 빼고 입맛 다시며 손으로 컵을 잡으려는 듯 허공을 휘휘 눈으로는 '내가 잘 보이죠'라고 확인하는 것처럼 애절하고 잔잔하게 연신 눈 맞춤하는 너 마치 커피 향을 아는 것처럼 당연히 자기에게도 줄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처럼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듯 얼마나 애정 어린 모습으로 귀여운 표정을 하는지 저 눈빛과 표정을 마주한다면 누구든지 안 넘어갈 수 없겠다 너로 인해 오늘도 행복하구나 #시 #시집 #시인 #poet #강아지 #아이스아메리카노 #아주머니 #행복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다 #마음을담다 (강아지의 '혀'는 어감..

카테고리 없음 2023.05.14

복권 인터넷 구매

행운도 인터넷으로 사는 세상이다 어찌 보면 편한 세상이다 달리 보면 서글퍼진다 그래도 줄 서서 기다리는 흥분 6개의 숫자를 고르는 손맛 기다림 희망이 있었는데 삶의 희로애락에 부대 낀 천원 오천 원이 모여 누군가에게 대박을 안겨 줬었는데 이젠 그마저 클릭 한 방으로 낙첨의 미운 정도 사라져간다 #시 #시집 #시인 #poet #로또 #복권 #행운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다 (가던 길을 돌아 자동차 세우고 복권 구매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다가 지은 시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12

사랑은 언제까지나 달리고 싶다

할아버지는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페달을 돌리고 할머니는 - 할아버지가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서 일부러 만들었음직한 - 자전거 뒤에 연결된 인력거 같은 기구에 앉아 셋이 한 몸이 되어 오월의 싱그러움에 합류한다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들리진 않지만 '우리 내일은 저쪽으로 가 볼까' '당신은 배 안 고파' '아이들이 많이 바쁜가 보네, 이번 어버이날엔 못 찾아뵐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화도 오고' 뭐 세상 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할머니는 알겠지 몸이 불편한 당신을 데리고 다니며 세상 구경시켜 주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할아버지는 진작에 눈치챘었겠지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세월은 그들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 바퀴보다 더 빠르게 달아나기만 간다 #시..

카테고리 없음 2023.05.12

요술거울

그 가게 앞에는 모든 걸 좋게 비춰 보여주는 요술거울이 있다 그 앞에 서면 키가 훤칠하게 커 보이는 멋진 얼굴의 남자가 행복하게 웃어 준다 그 앞에 서면 주변이 덩달아 환해지며 왠지 모를 힘에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이 충만해진다 하루가 요술같이 시작된다 그 거울 속에는 마음씨 좋은 요술쟁이가 살고 있나 보다 난 오늘도 주문을 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행복하니' '지금 보이는 거' #시 #시집 #시인 #poet #거울 #요술쟁이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08

어린이는 어른이 됩니다

어린이는 언젠가 어른이 됩니다 엄마가 학교에 못 오시는 걸 알며 어린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생일잔치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어린이는 동생도 볼까 봐 걱정합니다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며 어린이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갑니다 동생과 단둘이 집을 보며 어린이는 가족의 소중함을 기억합니다 공휴일인 어린이날도 일 나가시는 아빠를 보며 어린이는 어른이 됩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어린이날에도 비가 오는군요 (이 시는 어린이날에 지은 시인데 내용이 밝지가 않아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일부러 어린이날을 지나서 올립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06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저녁 먹으러 집에 오는 바람이 문 앞에서 서성이지 않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친구랑 정신없이 놀던 바람이 엄마 눈치 안 보며 문 두드리지 않고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새벽까지 놀다가 집에 가는 바람이 감기 걸리지 않고 돌아올 수 있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절대 닫지 마세요

카테고리 없음 202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