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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저녁 먹으러 집에 오는 바람이 문 앞에서 서성이지 않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친구랑 정신없이 놀던 바람이 엄마 눈치 안 보며 문 두드리지 않고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세요 새벽까지 놀다가 집에 가는 바람이 감기 걸리지 않고 돌아올 수 있게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문을 절대 닫지 마세요

카테고리 없음 2023.05.06

와이퍼

네 모습 보고파 유리창에 빗방울로 그려 놓으면 잊으라 하면서 슬쩍 지우고 모른척한다 네 모습 못 잊어 유리창에 비가 되어 내리면 잊으라 하면서 지우고 달아난다 자꾸자꾸 생각나서 그릴라치면 미련 갖지 못하게 더 빨리 지워 버린다 너무나 보고픈 그리움으로 뿌예지면 비누거품 같은 눈물을 흘리며 지워준다 (마지막 연을 뺄까 고민하다 넣었는데 '비누거품 같은 눈물'이 조금 걸리네요^^)

카테고리 없음 2023.05.06

마음을 숨기지 못한 손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에 서 있는데 어버이날이라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음 직해 보이는 어머니인 듯한 사람이 신호등에서 헤어지며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하고 갈 줄 알았는데 가지 않고 그 자세로 반대편을 바라보며 또다시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 어머니! 가슴 한켠의 아쉬움, 당신의 외로움을 손에 담아 흔들지 마세요 돌아가는 자식이 마음 아파 웁니다 딱 한 번만 흔들어 주세요 잘 들어가라고, 고맙다고 그래야 마음 아파하지 않고 그래야 울지 않으려고 또 올 수 있으니까요 마음을 쓸어 담은 손짓 가슴은 쓸어내린 눈빛은 제발 보이지 마세요 (사실 제 왼편은 시야가 자동차에 가려 건너가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저도 보지 못했습니다. 신호등을 건너가는 상대가..

카테고리 없음 2023.05.05

횡단보도

나는 하얗고 넓게 꽃가루로 장식한 너의 영역에 발을 디딜 때마다 전장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위풍당당 해진다 어깨엔 힘을 잔뜩 주고 고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걸음은 도도하고 우아하게 빨간불이 자동차들에게 '얼음'을 외치면 '땡'할 때까지 초록불의 호위를 받으며 도로를 횡단한다 이때만큼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제아무리 비싼 자동차들도 엔진을 조아리고 내 옆에서 기다린다 제아무리 일정이 바쁜 회장님도 이 시간만은 스케줄을 비워 놓는다 세상 참 공평하다 인생 참 살만하다세상 (이 시는 제가 4월 25일 블로그에 초안을 잡아 놓고 다듬고 다듬어 약 1주일 만에 탄생한 시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