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쇼핑카트가 지나가면 서로 길을 비켜줬다 내가 기억하는 추억엔 미안하다며 옆으로 빼주고 지나가면서 고맙다고 했다 요즘은 카트로 통로를 막아도 뭐라 할 수 없고 지나가려는 사람이 돌아서 비켜가야 한다 혼잡한 곳에서 서로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내가 먼저 들어왔으니 당신이 비켜줘라'라는 식으로 서로 양보 없는 굳히기 작전만 벌인다 마트라는 조그만 공간에서 너무 큰 세상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마트 가기가 무섭고 싫어진다 그래서 인터넷 주문들을 많이 하나보다 다른 사람 눈치 안 보며 나만 끌고 다닐 수 있는 전용 쇼핑카트를 이용하려고 그래서 쇼핑카트가 지나갈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은 더욱 좁아지기만 하나보다 #시 #시집 #시인 #poet #마트 #쇼핑카트 #시를쓰니시인이된다 #시하..